tvN ‘응답하라 1988’의 10회 주요 배우들이 떼로 나오는 장면이 있다. 함께 있다가 헤어지는 장면, 이후 대사가 있는 배우는 ‘덕선’(혜리 분)과 ‘정봉’(안재홍 분)이다. 카메라가 고정으로 세팅 돼 있으면, 배우들이 한 명씩 프레임 인을 한다. 덕선과 정봉 외에는 모두 지나가는 신이다. 선수들끼리는 ‘재미없는 신’이라고 하는 장면이다. 프레임 인을 할 때 첫 주자가 동룡 역의 이동휘다. 요상한 춤으로 들어온다. 

그리 중요한 장면이 아니라서 감독도 디렉션을 하지 않았을 게 보이는 장면에서 이동휘는 동룡과 어울리는 산만한 춤으로 들어온다. 작은 장면이라도 풍성하게 이끌려 했던 배우의 노력이 담긴 장면이다. 워낙 빠르게 지나가는 터라 그 움직임이 크게 빛나지 않지만, 이동휘는 연기 초창기부터 신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마치 작가 혹은 연출 감독처럼 빈 공간을 메우는 배우였다. 이동휘는 대본을 읽는 때부터 배우의 수준을 넘어 창작자의 마인드로 작품에 접근했다. 그 노력이 모든 작품에 군데군데 묻어있다. 자신의 작품을 빛나게 해주는 배우는 연출자 처지에선 고마울 수밖에 없다. 

한류타임스와 3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이동휘는 배우가 되기 전부터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여느 스타처럼 빛나는 외모가 아니었고, 특별히 연기력을 검증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를 선생님이라 여기고 주연과 조연, 단역까지 쪼개서 작품을 분석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거장은 단역마저 빛난다”였다. 그때부터 작품에 딱 떨어지는 리액션을 고민해왔다고 했다. 

이동휘는 “제가 단역이나 조연 생활을 다 해봤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볼 때 스토리 위주로 보고, 주연을 보고, 조연을 보고, 단역도 본다. 여러 번 쪼개서 본다. 영화를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고전부터 엄청 많이 봤다. 조연들은 주인공이 대사할 때 어떻게 빈공간을 채우는지 유심히 봤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감독의 영화는 단역마저 빛난다. ‘나를 찾아줘’에서 벤 애플렉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여자의 얼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토마스 폴 앤더슨 영화 ‘마스터’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목 조르는 아저씨도 그렇다. 거장은 단역 하나 하나 신경을 쓴다. 거장이냐 아니냐늘 그런 기준을 두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대사가 틀리는지 안 틀리는지만 보느냐, 뒤에 있는 배우까지 완벽하게 재단하느냐는 다르다. 그 최고봉이 봉준호 감독이라 생각한다”며 “그렇게 영화를 다루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배우로서 쓰여질 때 잘 쓰이고 싶다. 아닐 때는 가만히 있겠지만, 필요할 땐 최대한 상상해서 서포트 하는 지점을 찾고 토스를 완벽히 하고 싶다”고 말햇다. 

끝으로 “‘응답하라 1988’ 때만 해도 많이 부족했다. ‘극한직업’에서 류승룡 형이 소고기 먹으러 갈 때 어깨동무하고 가는데, 나는 어느 정도의 텐션과 리액션을 해야 할지 신경을 많이 썼다”며 “이상한 강박이긴 한데, 책임져야 할 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마무리했다.

새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에서 이동휘의 아이디어가 엿보인다. 특히 ‘안나’(정다은 분)와 배드민턴을 치는 장면에서 그 아이디어가 빛난다. 지질하면서도 깊이 있는 생각 없이 웃고 즐기는 삶을 사는 준호가 배드민턴츨 치면 이런 느낌이겠다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동휘는 “막상 영화를 보고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너무 과했던 것 같다. 한국 영화 역사상 이렇게 배드민턴을 치는 배우는 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심정으로 몰입했다”며 “촬영하고 나서는 정말 만족했는데, 영화로 보니 과했던 것 같다. 그래도 좋게 봐주셨다는 분이 많아 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오는 8일 개봉한다.

사진=안성진 작가

 

함상범 기자 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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